2021 one at a time

one at a time

2021. 2. 22  -  3. 27
W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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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을 시작하며

​전시장에서 작품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다. 나는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전시를 기획하거나 작업에 대한 글을 쓰기도 한다. 그동안 수 없이 많은 전시를 만들고 보아 왔지만, 돌아보면 정작 나를 충만하게 만들었던 전시는 작가의 작품을 집중해서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경우였다. 그래서인지 항상 작품을 보는 데 있어 갈증이 있었다. 여건이 되었을 때는 몇 번을 가서 다시 볼 수도 있지만, 사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작업에 대한 글을 쓰게 될 때면 되도록 많은 시간을 작품과 혹은 작가와 함께 하려고 하는 편이다. 그래도 사실 충분치 못한 경우가 많고, 나의 여건과 상태에 따라서도 작품을 느끼고 이해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만족할 만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흘려보내는 수많은 예술작품들을 바라보면서 한 번쯤은 멈추고 나에게 시간을 주고 싶었다.

여기에 총 다섯 작품을 초대한다. 모두 그림이며 꽤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었던 작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작가의 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이 기획은 일반적인 전시 형태와는 달리 다수의 불특정 관람객을 염두해 두지 않고 오직 한 명을 위한 한달여간의 여정이기에 작품의 선정방식과 이유는 매우 개인적일 수 밖에 없다.  한 작품 당 한 주 씩을 보내게 되고 매주 한 점씩 추가된다. 전 과정은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오픈할 예정이며 이를 토해 감상의 과정을 엿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주에는 이 기획의 취지에 공감하는 소수의 관람객을 예약제로 받아 나의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를 갖을 계획도 갖고 있다.

작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와 함께 끊임없이 변하기도 하고 또 그 자리에 그대로 있기도 하다. 작가가 작업을 위해 보낸 시간과 관객으로서 그 결과물을 오롯이 나의 시간의 흐름으로 보려는 이 시도는 작품을 바라보는 동안의 나의 기록이면서 작품 자체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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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2일 - 2월 26일 

샌정, Untitled, 2020. oil on canvas, 118x91cm

3월 1일 - 3월 5일

최상아, Untitled, 2020-ongoing, acrylic, graphite, felt tip pen, ball point pen, sumi ink and glue on sketchbook, 28.5x22x2.5cm

3월 8일 - 3월 12일 

이재헌, 아이돌 Idol, 2020, oil on canvas, 41x32cm

3월 15일 - 3월 19일

임충섭, Untitled-흰Ⅱ, 2016, oil, acrylic, rice paper, U.V.L.S. gel on Italian Mulberry paper, 39.4x30 cm

               Untitled-채식주의자Ⅱ, 2012, acrylic and U.V.L.S. gel on shaped canvas, 35.6x76.2x11.5cm

3월 22일 - 3월 26일

정경빈, 죽음의 이미지보다 더 가깝고 선명한, 2021, oil on canvas, 116.8x91cm

기획을 마치며

 

5주에 걸쳐 한 주에 한 작품씩 5작품을, 5일동안 하루에 4시간씩 보았다. 이 프로젝트는 기획자로서, 동시에 감상자로서 작품과의 온전한 만남을 보장받으면서 작품을 이해하는 시간을 확보하고자하는 목표와,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전시라는 형태로 어떻게 가져갈 수 있는지에 대한 나름의 실험이기도 했다.

전시장은 기획자인 나만의 감상 공간으로 만들었고, 작품은 나의 감상을 위해 한 주에 한 작품씩 걸렸다. 내가 감상하는 시간 동안 '관람객'들은 온라인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통해 작품이 아닌 내가 전시장 안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모습만을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나는 작품을 보면서 일어나는 생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 컴퓨터를 빌어 타이핑을 하거나  종이에 펜으로 쓰기도 했다. 5일 내내 바뀌지 않는 한 작품을, 그리고 그 작품을 감상하면서 크게 자세가 바뀌지 않는 감상자인 나의 모습을 매일 4시간의 라이브방송으로 내보냈다. 라이브방송으로 보는 내 모습은 마치 정지화면과 다를 바 없었지만, 작품을 보면서 일어나는 내 안의 생각들은 꽤 역동적이었다. 매 시간, 하루하루 작품은 매번 나에게 다르게 말을 걸어왔고 나는 계속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그 질문은 작품에 대한 것이기도 했지만 나를 향해 있었고, 내 행위와 예술에 대한 본질적인 생각으로까지 폭넓게 오갔다. 그리고 그 생각을 따라가다 보니 떄로는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다.

내 앞의 컴퓨터, 혹은 종이와 펜은 사실 작품을 보면서 일어나는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기위한 도구에 불과 했다. 그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손은 빠르게 움직였으며 눈은 작품과 모니터 사이를 오가느라 분주했다. 작품을 통해 넘나들었던 세계는 그림을 넘어선 질문들을 남겼다. 나는 아마 5주 동안 생각의 흔적들을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되돌아보며 작품과 내가 보낸 시간을 곧 정리해서 공개할 예정이다. 

 

맹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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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맹지영
​작가    샌정, 임충섭, 이재헌, 정경빈, 최상아
​​사진    전명은
Curated by Jee Young Maeng
Artists     Sen Chung,  Choongsup Lim,
                    Jaeheon Lee,  Kyeongbin Jeong,
                    Sang-ah Choi
Photo      Eun Chun